
AI가 수능 만점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면 답을 척척 내놓고, GPT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지금, 저는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느낍니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변화는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기록을 AI로 작성하고, 학원가에서는 쪽집게 강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기술이 바뀌면 교육의 목표도 바뀌어야 하는 걸까요?
예측할 수 없다면,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라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던진 질문은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10년 후 무엇이 변할지 묻지 말고,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 물어보라." 저는 그동안 AI 시대를 대비해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만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공학과가 최고 인기 학과였죠. 그런데 2024년 미국에서 졸업한 프로그래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챗GPT의 코딩 능력이 신입 프로그래머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물리학의 보존법칙을 예로 들었습니다. 진자가 아무리 복잡하게 움직여도 에너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수학의 1+1=2는 변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도 5만 년간 변하지 않았습니다. 역사 속 인간의 행동 패턴, 철학이 다루는 인간 본성, 예술을 즐기는 감각,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이것들은 10년 후에도 여전히 필요할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말을 듣고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배웠던 수학, 물리, 역사가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구나. 오히려 그것들이야말로 AI 시대에 더 중요한 토대가 되는구나. 실제로 지난 4차례의 산업혁명은 모두 물리학이 이끌었습니다.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그리고 지금의 AI까지.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이 AI 연구자에게 돌아간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챗GPT는 통계물리 알고리즘으로 작동합니다.
교육의 목표는 독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교육을 할까요? 많은 분들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김 교수는 더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습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명확합니다. 교육의 목표는 독립입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제가 직접 겪어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회사에서 GPT를 활용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저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이 도구에 의존하면 할수록, 정작 제 머리로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생들이 AI에게 숙제 답을 물어보는 건 이제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아이들의 독립에 도움이 될까요?
아인슈타인은 교육의 목표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업적으로 여기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 저는 이 문장에서 핵심을 발견했습니다. 독립과 공동체, 이 두 가지입니다. 초등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일 수 있습니다. 중학생에게는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고등학생에게는 타인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AI에게 모든 답을 구하게 하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해 더 깊이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가 내놓은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 말입니다. 학교에서 더 많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끼리 대면으로 만나 협력하고 소통하는 경험입니다. AI는 이런 인간적 만남을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저는 스마트폰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습니다. 2010~2015년 서양에서는 청소년 자살률과 우울증이 세 배 급증했습니다. SNS가 소통 수단이 아니라 끝없는 비교와 경쟁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그 시기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미 학업 스트레스가 최악이라 스마트폰의 추가 영향이 미미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제 덴마크에서는 15세 미만에게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입니다. 우리는 AI 시대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AI 시대일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제 교육관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기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수학, 물리, 역사, 철학 같은 기초 학문을 통해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독립된 개인이자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교육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제 제 아이에게 AI 활용법보다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법을 가르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는 보조 도구일 뿐, 삶의 주도권은 결코 넘겨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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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4fwugv9n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