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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열풍의 진실 (버블, 기술혁신, 투자전략)

by etoilelog 202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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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열풍의 진실 (버블, 기술혁신, 투자전략)
AI 투자 열풍의 진실 (버블, 기술혁신, 투자전략)

AI 관련 주식에 투자하신 분들, 요즘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 과거 스마트폰 혁명 초기에 모바일 관련 주식들을 매수했다가 뼈아픈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의 AI 열풍을 보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기술은 분명 세상을 바꾸지만, 그 기술에 투자한 돈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역사가 반복하는 기술 버블의 패턴

19세기 영국에서 철도 버블이 발생했을 때, 1846년 한 해에만 272건의 새로운 철도 노선 건설이 허가되었습니다. 당시 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빠른 속도로 운송할 수 있는 완전히 혁명적인 기술이었고, 투자자들은 높은 배당을 약속하는 철도 회사들에 너도나도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특히 조지 허드슨이라는 사업가가 운영하는 철도 회사는 왕족과 귀족들조차 투자하려고 애쓸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의 주식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었죠. 하지만 1845년 말 영국 중앙은행이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자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자금 경색이 시작되면서 허드슨의 사업이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일종의 폰지 사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는 결국 감옥에서 자신의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당시 런던과 피터버러 사이에 철도 노선이 세 개나 건설되었다는 점입니다. 리즈와 맨체스터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세 개의 노선이 동시에 경쟁했죠. 두 도시를 잇는 철도가 하나일 때와 세 개일 때의 수익성은 천지 차이입니다. 과잉 투자(overinvestment)가 발생하면 기술의 혁신성과 무관하게 개별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1920년대 전기 혁명 시기에도,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시기에도 똑같이 반복되었습니다. 전기화(electrification)는 공장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고, 인터넷은 통신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모두 범용 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 불리는데, 이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런 범용 기술이 실제로 경제적 효과를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전기가 범용 기술로 자리잡기까지 거의 50년이 걸렸고, 인터넷 역시 닷컴 버블이 터지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지만 실제로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기술의 승리와 투자자의 비극 사이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1999년 당시 저는 새롬기술이라는 벤처기업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무료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당시 국제전화 요금이 월 40만 원씩 나올 정도로 비싸던 시절이라 "전화를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스토리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주가는 1999년 10월 1,890원에서 불과 5개월 만인 2000년 3월 28만 2,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기적까지 벌어졌죠. 저 역시 그 열기에 휩쓸려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매출액 부풀리기와 허위 공시가 드러나면서 회사는 몰락했고, 저의 투자금도 함께 증발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기술 자체는 맞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카카오톡 보이스톡으로 무료 국제통화를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기술이 실제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기까지 필요한 인프라 구축(infrastructure development)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모뎀을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절이라 사진 한 장 전송하는 데 한 시간씩 걸렸습니다. 광통신망이 전국적으로 깔리기까지는 거의 10년이 더 걸렸고, 그 사이에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으로 파산했습니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K. Galbraith)는 이를 '횡령(embezzlemen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정직한 문화가 만연하고, 사기성 짙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것이죠. 기술 혁신이라는 강력한 내러티브(narrative) 뒤에 숨어 실적을 조작하거나 투자금을 돌려막기하는 일들이 버블기마다 반복됩니다.

현재 AI 분야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2025년 1월 발표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처럼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가 켄터키 어딘가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스프레드시트를 펼쳐놓고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AI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내러티브에 이끌려 투자할 뿐입니다.

저 역시 AI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의 의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 자산이 인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소진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철도와 인터넷은 결국 세상을 바꿨지만, 그 기반을 닦았던 초기 투자자들 대부분은 파산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AI 투자를 고민하신다면, 기술의 미래를 믿는 것과 지금 당장 주식을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제 열광하는 군중의 목소리보다는 차가운 재무제표와 실적 지표를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혁신은 결국 승리하겠지만, 그 승리의 영광이 나의 파산 위에 세워진다면 개인에게는 그저 비극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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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EBOrgrtInQ&t=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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